‘타다 논란’, 이런 택시회사는 어떤가요?
이른바 ‘타다 금지법’을 둘러싸고 운송업계는 물론이고 여론이 시끄럽습니다. 일각에서는 타다를 불법 운행하는 택시로 취급하고, 다른 쪽에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바라보고 있죠.
어느 쪽이든 고객인 소비자는 물론이고 직접 영업에 종사하는 기사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플랫폼 노동은 업무 종사자가 사실상 업체의 지시나 방침을 따라야 하면서도 보호는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니까요. 또 택시업체 역시 기사나 승객 모두에게 불만을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승객의 안전과 직원들의 안정적인 생활 모두를 추구하는 택시회사 유니온캡. 출처: 유니온캡 누리집 https://www.unioncab.com/
과연 승객과 운전기사 모두가 이익이 되는 택시형 운수업은 없을까요. 미국 중북부의 도시 매디슨(위스콘신 주의 주도)에서 영업 중인 유니온캡(Union Cab)이라는 택시 회사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볼까 합니다.
유니온캡은 도시에서 가장 큰 택시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운전기사들은 연간 40만 회 이상 손님을 태우죠. 택시기사의 경우 시에서 승인한 훈련 프로그램 외에도 회사가 자체로 마련한 방어운전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현장감을 익히는 차원에서 전화 교환원도 운전기사들과 일정한 훈련을 한다고 합니다). 또 결격 사유가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도 있죠. 이 정도면 자격 기준이 엄밀하다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회사의 임무라고 선언하는 부분이 이채롭습니다. “우리는 안전하고 인도적이며 민주적인 환경에서 양질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이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죠.
안전이나 양질의 교통서비스 제공은 택시회사로서 당연한 사명으로 보이지만, ‘인도적이고 민주적이며 생활임금을 보장’한다니 대체 무슨 사연이 있을까요. 다음의 말을 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유니온캡은 노동자 협동조합입니다. (정비사부터 사무직원, 운전기사까지) 모든 노동자는 조합원이자 소유자로서 회사의 이익을 공유합니다.”
유니온캡은 택시회사로서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영업합니다. 이 지역 택시업체 중에 유일하게 운행하는 장애인을 위한 차량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쉬지 않죠. 그러나 직원들은 주 40시간 근무!!를 합니다.
지역 업체 중에서 유일하게 장애인을 위한 택시를 운영 중입니다. 출처: 유니온캡
또한 유니온캡 직원들은 협동조합의 주인으로서 회사의 의사결정과정에 투표하고, 노동자로서 권리를 존중받으며(유니온캡은 미국에서 제일 먼저 의료보험을 도입한 택시회사 중 하나입니다. 일반 플랫폼 기업에서는 보장하기 어려운 제도죠), 무엇보다 제일 ‘우선인 생활 급여’를 받고 있죠.
물론 노동자 협동조합이 만능은 아닙니다. 유니온캡 누리집에 나온 역사를 보면, 1979년 일반 택시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에도 이 기업은 많은 고난을 겪었습니다. 규모가 커지면서 과거의 경영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았고, 몇 가지 사업은 성공했지만 몇 사업은 실패를 했죠. 유가 상승이나 금융 위기, 불황으로 그동안 모은 이익이 몽땅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40년 동안 몇 번이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5% 임금 삭감도 여러 차례를 겪었죠. 그렇지만 해고는 거의 없었고(미국의 경우는 해고가 우리보다 훨씬 자유롭다고 합니다), 임금 삭감분도 경기가 나아지면 원 상태로 복귀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종업원 소유회사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책임이 회사를 유지하는 기틀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회사 창립 40주년 기념 이미지. 출처: 유니온캡 누리집
현재도 우버 같은 플랫폼 운행업체와 경쟁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유니온캡도 장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과거 수십 년 동안 그랬듯이 도전에 따른 응전을 해야 하는 처지이죠. 디지털과 정보통신을 기반으로 착실히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 유니온캡은 아래와 같이 각오를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계속 성장하고, 교통 수요를 충족시키고, 안전하고 민주적이며 인도적인 환경에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컵니다. 유니언 캡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이상이자 아이디어이며, 미국 노동자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아주 적은 수의 회사 중 하나이니까요. 누구는 우리를 미래의 물결로 생각하고, 어떤 이는 우리가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추구하다가 조각으로 부서질 거라고 합니다. 그 같은 미래를 결정할 당사자는 우리 조합원들 자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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