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8만 대기업에 민주주의? 100년간 해보니···
시장 상황에 신속하게 반응해야 하는 기업 운영에서 민주주의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런데 종업원 수만 무려 8만 명에 이르는 회사가 민주적으로 운영된다고 하면 어떨까요? 그것도 무려 100년 동안 말입니다.
종업원들이 100% 지분을 소유해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유통기업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의 한 백화점. 출처: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 누리집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매 브랜드’라고 불리는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John Lewis & Partners)는 백화점과 슈퍼마켓 등을 주로 운영하는 유통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파트너’라고 부르는 8만1500명의 종업원이 지분의 100%를 소유하고 있죠.
존 루이스는 강력한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운영됩니다. 모든 파트너-즉 종업원 소유주가 조직 운영 방식에 발언권을 가집니다. 그럼에도 경영은 탄탄하죠. 2018년 총매출은 100억 파운드(한화 약 15조 원)에 달했습니다.
이 회사의 민주적 경영은 무려 100년 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1914년 수익이 나지 않자 당시 CEO인 스페단 루이스(설립자 존 루이스의 아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종업원들에게 일을 할 동기가 없다는 것이었고,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직원과 회사의 이익이 일치해야 했습니다.
그리하여 100여 년 전, 스페단 씨는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부서별로 보너스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직원들이 회사에 불만을 토로할 수 있도록 정기 회의를 열었죠. 매년 3주간의 유급 휴가를 주고, 사원용 격주 신문을 발행했습니다(신문은 지금까지 발행되며, 직원들이 자유롭게 회사 문제를 기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회사 노동자들은 누구든 업무에 관해 자유로이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아, 이 장면은 고객 접대^^;). 출처: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
드디어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했고 이익도 늘었습니다. 직원들은 회사의 동반자, 즉 파트너로 인정받았고 나아가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1950년까지 존 루이스 앤 파트너의 모든 지분이 종업원인 파트너들에게 귀속되었죠.
회사의 의사결정구조도 민주주의 원리를 따릅니다. 출발은 1919년 시작한 정기 회의였죠(3·1운동 때네요). 그 뒤로 이 회사는 파트너 위원회, 파트너 이사회, 의장이라는 세 기구가 서로 견제하고 협력합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대표는 모두 투표로 선출되며, 총 인원만 3000명을 넘죠(직원이 8만 명이니^^).
이중 파트너 위원회는 모든 종업원 소유주-파트너의 의견을 반영하고 대표합니다. 사규의 제정 및 개정, 주식 신탁위원회 임원 선출, 이사회 임원 선출, 사규 개정, 의장 파면 같은 주요 결정을 내리죠. 이를테면 의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사회와 의장은 파트너 위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죠.
파트너 위원회의 위원들이 거수 투표를 하고 있습니다. 이 위원회는 일종의 의회와 비슷하죠. 출처: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 누리집
민주적 의사결정구조, 장기 근속자에게 6개월 유급 휴가를 주는 등 우수한 복지혜택, 기업의 수익만큼 종업원 주주에게 돌아가는 높은 보너스(영국에는 보너스 개념이 거의 없답니다) 덕분에 영국에서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는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백화점이나 소매업체는 온라인 업체의 등장 때문에 밀리는 형국입니다. 영국의 다른 회사들은 계속해서 점포를 축소하고 있죠. 존 루이스 앤 파트너스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그러나 100년 동안 수 만 명이 발전시킨 민주적 파트너십이 이 회사를 더 나은 100년으로 이끌 것이라고 기대해 봅니다^^
끝으로 코로나19가 어서 수그러들고, 모든 분이 안심하고 생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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