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돌봐야 해? 일찍 퇴근하세요”
“설립한 지 30년쯤 된 이 회사는 전형적인 가족 친화형 일터입니다. 가정 행사가 있거나 가족이 아프면 직원은 언제든 휴가를 낼 수 있어요. 집에 강아지 돌볼 사람이 없다고 해도 회사는 퇴근을 인정합니다. 아, 물론 유급으로요.”
이쯤 되면 직장이 너무 물러 터졌다고 할까요? 아니, 이 말이 사실이긴 할까요? 덧붙이자면 이야기의 주인공은 미국 버몬트 주 정부에서 재직 중인 현역 여성국장입니다.
종업원들이 회사 지분 전체를 소유한 원예 전문 회사 가드너 서플라이. 가정 친화적이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가드너 서플라이(Gardener's Supply)는 미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그리고 오프라인) 원예 소매업체 중 하나입니다. 각종 식물, 화분 같은 원예용품을 팔 뿐 아니라 조경업에도 종사합니다. 오프라인에서 농장과 카페를 운영하며 친환경 식품을 팔기도 하죠. 일반 고객 외에 전문 정원사 수백만 명이 이 회사의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특히 가드너 서플라이는 2009년부터 직원들이 자사 지분을 모두 소유한 100% 종업원 소유기업이 되었습니다. 지분 공유에 그치지 않고 소유 문화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죠. 가정친화적인 업무 환경은 그 한 사례입니다. 페기 기에르라는 직원의 말을 들어볼까요.
“제가 원예 디자이너로 회사에 들어왔을 때 딸은 겨우 세 살이었죠. 그동안 아이에게는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병원에 가야 했고, 학교 행사도 여러 차례 있었어요. 저는 아이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아이는 축구부에 들어갔는데, 대부분의 경기마다 엄마가 (업무를 빠지고) 응원을 나왔어요. 지금 딸은 대학생이 되었고 저는 입사한 지 16년이 흘렀답니다.”
최고경영자인 짐 페인슨 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우리 회사의 직원들은 자유롭게 업무 시간을 조절합니다. 회사에서도 권장하는 사안이죠. 우리는 법 규정에서 요구하는 최대 한도의 휴가와 휴식을 보장하면서도 더 융통성 있는 문화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합니다. 출산 휴가, 연로한 부모님이나 육아를 위한 장단기 휴가를 낼 수 있죠. 참, 지금은 야구 시즌인데요, 어떤 직원은 자기 아이의 플레이를 가르치거나 응원하려고 업무를 쉬기도 한답니다.”
가드너 서플라이는 미국의 종업원 소유 지원단체가 뽑은 ‘2018 올해의 종업원 소유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출처: ESOP협회 누리집
겉으로는 허술한 조직처럼 보이지만 가드너 서플라이는 결코 만만한 회사가 아닙니다. 여러 차례 지역이나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았고, 국가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가장 잘 이행하는 기업으로도 꼽혔죠. 또 세전 이익의 8% 이상을 지역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힘은 어디서 나올까요.
“우리 직원들은 마치 소유주인 것처럼 행동합니다. 왜냐면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니까요. 또 주인처럼 생각하죠. 왜냐면 진짜 회사의 주인이거든요. 공동소유자가 된다는 의미가 무엇이냐고 한다면, 우리 직원들은 회사의 이익이 개인의 몫으로 돌아오는 것 이상이라고 답할 겁니다.”
실제로 회사의 주인인 만큼 가드너 서플라이의 직원들은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와 고객을 대합니다. 나아가 직업 정신도 투철합니다. 정원 가꾸기에 관심을 쏟는 나머지, 자연과 지구를 보호하는 활동도 열심히 하지요(실제로 수많은 캠페인과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진 말아달라고 당부하는군요^^).
종업원 소유주들은 놀 때 놀고 쉴 때 쉬면서도 개인의 전문성, 팀워크, 뛰어난 직업윤리를 갖춰야 합니다. 가드너 서플라이는 그 보답으로 활기 찬 근무환경, 경쟁력 있는 임금, 우수한 건강·휴가 혜택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어떤 혜택이 있을까요.
사내 볼링 게임(정확하게는 이탈리아식 볼링경기인 보치 게임)에 참여한 종업원 소유주. 이어 바비큐 파티가 기대리고 있겠죠^^ 출처: 가드너 서플라이 누리집
“여름에 볼링 게임과 바비큐 파티. 버몬트 주 마이너리그 야구 경기 무료 입장권. 겨울에 스키장 할인권. 다른 종업원 협동조합 등 제휴 소매상품 할인권. 휴일 파티. 개인 텃밭(회사 내 정원이 있습니다) 등등.”
대신에 종업원들은 권한을 가지고 업무에 헌신하면서 자율과 보상을 누립니다. 무엇보다 본업에 충실하죠.
“우리는 소유권을 통해 원예의 기쁨을 알리기 위해 노력합니다. 정원 가꾸기는 육체를 풍요롭게 하고 정신을 고양시키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는 각자의 손을 기꺼이 더럽히고자 합니다. 문자 그대로 흙손이 되는 거죠.”
220여명인 가드너 서플라이의 종업원 소유주들이 자신의 인생과 더불어 가정과 지역, 나아가 지구촌이라는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어 나갔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도 빨리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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