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주식 수백억 원을 직원들에게 그냥 줬어요”
2019년 5월, 자본가 같지 않은 기업가 줄리언 리처(Julian Richer) 씨가 자신이 설립한 영국 최대의 고급 음향기기 및 전자제품 판매 체인점 중 하나인 리처사운드(Richer Sounds)의 지분 60%를 종업원 신탁에 이전했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바로가기 “자본주의는 섬뜩!” 영국 괴짜 부자의 파격 행보
리처사운드 누리집( https://www.richersounds.com/ ). 아래 왼쪽에 삼성전자의 스마트TV도 보이네요^^
리처사운드 측은 “종업원들은 우리의 사업 성공에 직접적인 지분(공헌)이 있다”며 “모두들 자신이 회사의 주주라는 데 자부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종업원 500여명은 수천만 파운드에 달하는 지분 외에 각각 1000파운드(약 150만원)를 매년 지급받을 예정이죠(아마 배당격인 듯합니다). 아, 물론 월급도 받습니다^^
사실 리처 설립자는 괴짜 같지만, 직원과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부와 자선을 아끼지 않는 부자 기업가입니다. 재미있게도 자신이 최대 주주일 때부터 회사 회장은 평직원 출신으로 임명했고, 자신은 전무이사로 재직하며 지금도 대부분의 근무시간을 현장에서 보내죠.
리처사운드라는 업체도 만만치 않게 흥미롭습니다. 줄리안 리처 설립자는 자신의 회사가 전체 50여개의 점포에서 연간 2억 파운드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하는 비결에 대해 “직원들을 잘 대우하기 때문”이라고 했죠. 리처사운드가 매장 종업원들을 얼마나 잘 대하는지 한 번 볼까요?(아, 종업원 지분은 일단 제외하고요^^)
다른 경쟁업체들과 달리 리처사운드는 판매직원들에게 최저임금 대신 그보다 훨씬 높은 생활 임금을 지불합니다. 또 제로타임계약(Zero-Hour-Contract)라고 하여, 정해진 노동시간 없이 실제로 일한 만큼 시급을 받는 임금 관행(영국 소매업에서 상용화되어 있으며 일종의 ‘노예 계약’으로 불립니다)도 없앴죠.
휴가 때 직원들은 회사 소유의 휴가용 주택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휴가 주택은 무려 파리, 베네치아,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유럽과 세계 각지에 있다고 하네요. 리처사운드는 남녀 성별 임금 격차가 2~3%로 작기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여성 쪽의 임금이 조금 더 높죠.
재정 지원이 필요한 직원들은 ‘도움 펀드’(Helping Hand Fund)라는 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픈 직원에게는 출근을 채근하는 대신 휴식을 제공하죠. 환자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충분한 휴식, 무료 주치의 상담, 체육관 회원권 지급 등으로 건강을 유지하도록 지원합니다.
리처사운드 페이스북에 올라 있는 LG전자 제품 광고^^
소매 판매업체 치고는 직원 대우가 좀 과도하다고 보이시는가요? 다른 회사가 최저임금과 제로 타임 계약을 통해 인건비를 줄이려고 안달인데 리처사운드는 왜 이렇게까지 종업원들에게 신경을 쓸까요.
리처사운드는 공정한 보수와 대우를 지급해야 종업원들이 행복할 수 있고, 그 결과 고객들이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의욕을 고취하고 동등한 기회를 주고 보수가 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조치가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 결과 리처사운드 직원들의 이직률은 다른 경쟁업체보다 훨씬 낮은 15% 안팎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들이 고객 서비스나 판매와는 어떻게 연결될까요. 리처사운드 측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고객님은 우리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누군가의 환영을 받습니다. 그 누군가란 리처사운드의 직원이지요. 우리는 강압적인 판매 기술보다는 자연스러운 친근감을 바탕으로 고객을 대합니다.”
종업원들은 친절함뿐 아니라 전문성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은 오디오와 영상기기의 모든 것을 이해할 뿐 아니라, 가정이나 직장에서 이런 제품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법까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끊임없이 훈련한 덕분에 체계적인 지식을 갖고 있거든요. 모두 오디오 및 영상기기에 대한 열성팬이자 전문가들이기도 하죠.”
고객에게 제품을 안내하는 리처사운드 직원 소유주. 전문성, 배려심과 함께 고객의 주머니 사정도 고려합니다^^ 출처: 리처사운드
리처사운드는 고객의 경제력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돈 많은 고객의 경제력이 아니라 어떤 소비자의 호주머니 사정이든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음악과 영상에 미쳐 있는 매니아들입니다. 액수가 크든 작든 우리는 여러분의 요구와 예산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제품을 찾아드리죠. 여러분이 놓쳤을 수도 있는 부분까지 헤아립니다. 우리는 경쟁사의 가격도 매일 점검합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여러분이 우리 제품을 구입하고 일주일 내에 다른 판매점에서 더 싼 제품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최고 100파운드까지 여러분에게 보상해 드립니다.”
설립자 리처 씨가 “직원과 고객과 협력업체를 정직하고 투명하고 정중하게 대우한다”고 말한 것처럼 리처사운드의 주인이 된 종업원들도 다음과 같이 외칩니다.
“우리 목표는 책임 있는 자본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일부 재벌 총수 일가의 행태에 비춰 볼 때, 리처사운드 설립자와 종업원 소유주들의 태도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참, 코로나19가 무사히 사라졌으면 합니다. ∞
연락처: 02-3662-9737
누리집: http://cafe.daum.net/ecodemo
블로그: http://blog.daum.net/ecodemo-sotong
문 의: sotong2012@hanmail.net
'종업원 소유 참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칭찬은 고래를, 소유는 노동자를 춤추게 한다 (0) | 2020.02.19 |
---|---|
괴짜 부자가 만든 괴짜 회사, “탈세를 증오해!” (0) | 2020.02.17 |
“자본주의는 섬뜩!” 영국 괴짜 부자의 파격 행보 (0) | 2020.02.10 |
펭수의 ‘무려 사원!’ 일절 인정하는 회사^^ (0) | 2020.02.07 |
“직원들이 주인이라 주인으로 대접할 뿐이온데···” (0) | 2020.0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