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섬뜩!” 영국 괴짜 부자의 파격 행보
무려 1억60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2400억 원의 재산을 보유한 영국의 한 부자 기업가가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자본주의란 그 자체로 꽤 섬뜩하지요. 인간적인 매력이 아니라 탐욕에 기반을 두고 있으니까요. 내게 쓸모 있는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사실 난 그들을 착취하는 셈이에요. 사람들의 노동력을 사서 내 돈을 버는 데 쓰니까요.”
괴짜 자본가가 아니라 존경할 만한 자본가, 줄리안 리처 씨가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에 실렸습니다. 기사 제목은 ‘그는 왜 수천만 달러짜리 회사를 종업원들에게 주었나?’ 출처: 포브스 누리집.
탐욕, 섬뜩, 착취··· 자본가가 할 발언 같지는 않습니다. 반전은 다음에 나옵니다.
“따라서 나는 직원들을 잘 대우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로써 종업원들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를 꺼리지 않게 되죠.”
그냥 해본 말이라거나 배후에 악의를 숨기고 있는 소리가 아닙니다. 2019년 5월, 이 자본가는 수천만 파운드 가치가 있는 자기 회사의 지분 60%를 종업원 신탁에 무상으로 넘겼죠. 그밖에도 임원을 제외하고 500명이 넘는 직원들 각각에게 매년 1000파운드씩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이 괴짜 자본가의 이름은 줄리안 리처(Julian Richer)입니다. 그는 영국 최대의 고성능 음향기기 및 전자제품 체인점 중 하나인 리처사운드(Richer Sounds. 우리나라의 하이마트 격?^^)의 설립자이기도 하죠. 여러 권의 책을 썼으며, 비즈니스 자문을 활발히 하고, 기부도 열심히 합니다. 쉬는 시간에는(그런 시간이 별로 없겠지만) 드럼 연주에 흠뻑 빠져 있죠.
리처라는 이름답게 부유한 티가 나지만, 그는 사실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지금의 지위에 오른 자수성가 스타일입니다. 14세 때부터 사업을 시작(학교에서 오디오 같은 음향기기를 팔았답니다^^)했고 19세에는 런던에서 점포를 열고 고성능 음향 제품을 팔기 시작했죠.
30대 중반 무렵 그 점포는 1제곱미터당 매출액이 20만 파운드에 육박했습니다. 기네스북에는 리처의 가게가 세계 어느 소매점보다 단위면적당 가장 높은 매출을 올렸다고 기록되어 있답니다. 이후 점포는 5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총 매출액은 연 2억 파운드(한화 3000억원)에 육박했습니다.
50여개 점포로 확장하기 전 리처사운드의 초기 모습. 리처 씨의 점포는 전 세계 소매점 중에 단위면적당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고 기네스북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출처: 리처사운드
이런 성공이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리처 씨는 본사에는 한 달에 이틀만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리처사운드 매장에서 지냅니다. 40년 가까운 경력 동안 한 번도 현장을 떠난 적이 없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성실성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단 아이디어가 남달랐습니다. 경쟁업체들이 비싼 임대료를 내고 주요 상권에 자리하는 동안 리처사운드는 외곽 지역에 소규모 상점들을 연달아 냈죠. 입점 때는 영국법 체계에서 지상권 비슷한 개념을 이용했기 때문에 “우리는 지주들의 탐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리처 씨의 장점은 올드 스타일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업가들이 구식이라거나 감상적이라고 비판하는 원칙을 리처 씨는 중요하게 여기죠. 신중함, 야망의 절제, 공정성 등이 그것입니다.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배려도 빼놓을 수 없지요(아, 존중받고 싶네요^^). 특히 종업원들에게 가지는 애정은 남다릅니다(착취하기 위해서인가요?^^). 일부 경쟁업체는 “직원들을 박박 긁어야 비용을 절약한다”고 여기지만 리처 씨는 직원들을 잘 대우한 것이 성공 비결이라고 수십 년 동안 주장했죠.
이를테면 이 회사는 최저임금 수준을 상회하는 생활 임금을 지급하며, 직원들이 회사 소유의 휴가용 주택을 사용하도록 장려합니다(재미있는 제도가 많아서 다음에 자세히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영국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일간지 <더 타임스>에도 리처 씨가 종업원들에게 회사를 넘긴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출처: 더 타임스 누리집
다른 업체보다 직원 복리에 돈이 많이 들지만, 리처 씨는 추가 비용이 판매 증대와 고객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훨씬 이익이라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종업원들은 제품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으며 이직률도 다른 업체보다 훨씬 낮다고 하네요. 현재 리처사운드의 회장은 16세부터 점포에서 일한 베테랑이라고 합니다(리처 씨는 설립자이지만 전무이사 직을 맡고 있습니다. 이것도 특이하네요^^).
납품업체와 하청업체에 대해서도 리처 씨는 신경을 많이 씁니다. “만일 대표가 직원들을 나쁘게 대하고 고객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공급업체에게 돈을 제때 지불하지 않는다면 누가 대표를 좋게 생각하겠느냐”는 것이죠. 반면에 대기업의 탈세와 조세 회피 문제를 비난하며 시민단체에 아낌없는 기부를 합니다.
심지어 리처 씨는 “대기업 지분의 10% 이상을 종업원에게 지급하겠다”는 영국 노동당 공약에 찬성합니다. 아, 이미 자신은 과반수의 기업 지분을 종업원 신탁에 이전했으니 그럴 만도 하네요^^
기업의 경쟁력이 ‘인간의 선의’라고 주장하는 괴짜 부호 리처 씨,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더불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무사히 지나가고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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