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 환경 나아지면 환자 더 잘 돌볼까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도 노인 돌봄이라든가 재택의료, 간병 제도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일부 환자나 보호자들은 돌봄 체계에 불신을 보냅니다. 간병인이나 돌봄 노동자에 대해 불친절하다는 인식도 적지 않죠.
돌봄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일단 대우나 처지가 열악합니다. 과도 노동, 저임금, 나쁜 처우에 시달리고 있으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란 어렵죠. 이 같은 문제가 금방 해결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현실적인 해법은 없을까요. 미국의 어느 가난한 히스패닉계 여성이 실마리를 보여줍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노동자 협동조합’이자, 가정 요양·돌봄 업체인 홈케어 누리집. 라모스 씨 같은 빈곤층 여성 2000여 명이 소유주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에 사는 자이다 라모스 씨는 빈민계층으로 오랫동안 끝이 보이지 않는 노동에 시달렸습니다. 날품팔이로 생계를 이어가기도 했죠. 딸은 공공부조를 받아 키웠습니다. “가족들이 하루 쓸 돈을 벌려면 일주일을 일해야 했다”고 라모스 씨는 회상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큰 노동자 협동조합’이자 가정 요양·의료 돌봄 업체인 홈케어(CHCA: Cooperative Home Care Associates)에 들어간 뒤 그의 인생은 달라졌습니다. 17년 동안 돌봄 노동자로 일한 라모스 씨는 몇 년 전 딸의 대학 졸업을 자랑스럽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니까 코흘리개 아이를 키워서 학비가 비싸다는 미국 대학에 보내고 졸업까지 시킨 거죠. 가톨릭 학교에 들어간 아들의 학비는 절반쯤 부담하고 있죠.
라모스 씨는 비록 ‘부자 엄마’가 아니지만, 하루벌이에 허덕이던 예전과 지금의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회사의 공동 소유주로서 융통성 있는 근무시간, 꾸준한 수입, 의료보험, 연간 이윤 배당 같은 혜택을 누리죠. 무엇보다 “재정적으로 독립했고 협동조합에 소속되어 삶을 바꿀 기회”를 찾았다고 합니다.
1985년 설립된 홈케어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하나는 고객들에게 양질의 재택 간호를 제공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돌봄 노동자에게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종업원이 잘 대접받아야 고객 서비스도 좋아진다’는 신념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종업원들이 회사를 소유하면 임금과 혜택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종업원이 잘 대접받아야 고객 서비스도 좋아집니다. 출처: 홈케어 누리집
처음 홈케어에 소속된 돌봄 노동자는 12명에 불과했습니다. 지금 종업원은 2000명 이상으로 불어났죠. 전체 직원 중 조합원 소유주는 절반가량이며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소유주 되기는 어렵진 않지만 일정한 요건이 있습니다). 이직률의 경우 동종업계는 60~70%에 달하지만(열악한ㅜㅜ) 홈케어는 약 15%라고 합니다.
소유주가 되기 위해 종업원은 1000달러를 출자해야 합니다. 우리 돈으로 100만원이 넘으니 가난한 사람에게 적은 금액은 아니죠. 다만 처음에 50달러를 내면 되고, 나머지는 협동조합이 저리로 빌려줍니다. 대출금은 5년 동안 매주 4달러씩 임금에서 공제합니다.
임금은 시간당 16달러 정도입니다(한화로 약 2만원. 수당 포함). 시장 평균의 두 배쯤 된다네요.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약 36시간입니다(우리나라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도 논란이 많은데요). CEO와 최저 임금 노동자의 급여 차이는 11 대 1입니다(CEO의 어머니도 홈케어의 초창기 조합원이라고 합니다^^).
2000명이 넘는 종업원들은 대부분 경제적 약자인 아프리카계 여성과 히스패닉계 여성입니다. 홈케어는 매년 수백 명의 여성에게 무료로 4주간의 홈케어 직업 교육을 실시하죠. 연수 프로그램을 마친 직원 후보생들은 현장 직원들의 멘토링을 받습니다.
대부분의 종업원들은 경제적 약자이지만, 이제 소유자이자 노동자로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살아갑니다^^ 출처: 홈케어 페이스북
이런 경험을 토대로 새 종업원들이 생겨나죠. 신입사원들은 다양한 교육과 토론의 기회를 제공받습니다. 또한 평균 이상의 임금, 고정 근무 시간, 승진 기회, 소유자로서의 광범한 지원과 혜택을 받습니다.
홈케어의 종업원들은 이제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빈곤층이 아닙니다. 오히려 소유와 노동을 통해 자신의 존엄성과 지역사회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는 시민으로 거듭났죠. 우리나라 간병인과 돌봄 노동자를 위해서도 협동조합 시스템처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였으면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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