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소유 참여

알바생에게 대학 등록금 준 피자가게, 그 후···

(협)소통^^ 2020. 1. 20. 13:31

알바생에게 대학 등록금 준 피자가게, 그 후···


요즘에는 미국에서도 워낙 심한 빈부격차 때문에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특히 젊은이, 여성, 이민자들은 더욱 힘들다고 하는군요. 여기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굴지의 기업을 박차고 나온 젊은 부부가 종업원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IT기업 창업에 관한 이야기냐고요? 아닙니다. 어느 피자 가게의 사연이랍니다^^


먹음직한 피자들^^ 피자 만들기는 감각적인 일이고, 장갑을 한 번 끼면 더러워져도 벗지 않기 때문에 여기 직원들은 맨손으로 작업한다고 합니다(돈을 주고받으면 꼭 손을 씻는다네요^^) 출처: 슬라이스 오브 뉴욕


2006년 세계적인 인터넷 장비업체인 시스코 시스템에서 일하던 커크 바턴은 회사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는 부인인 마거릿 리와 함께 (무려!!) 시스코를 퇴사하고, 뉴욕식 피자가게라는 뜻으로 슬라이스 오브 뉴욕(Slice Of New York)이라는 식당을 차렸죠. 사실 부부 중 누구도 식당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하네요^^;


다행히 피자가게는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특별한 비법은 없었지만, 부부의 열정과 종업원들의 헌신이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특히 부부는 ‘종업원에게 투자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갔고, ‘가정 같은 일터’를 만들려고 노력했답니다. 둘은 직원들의 밴드 공연을 열기도 하고, 하루 업무가 끝나면 종업원들과 일일이 포옹하며 수고했다고 격려했지요.


미구엘 루비오라는 청년 직원에게 대학 등록금을 주기도 했습니다(미국 대학 등록금이 꽤 비싸다고 하지요). 결국 그 직원은 피자집이 문을 열고 지금까지 10여년 간 여기서 일하고 있죠. 다른 직원들의 근속 연수도 5년 이상이라고 하는데, 요식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피자집의 부부 창업자가 직원들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16년 개점 10주년 기념행사. 이날 시장(가운데 금발인 분)과 지역 의원실에서도 오셨다는데, 어떤 분이 가장 환영받았을까요?^^ 출처: 슬라이스 오브 뉴욕


슬라이스 오브 피자는 계속 발전했고, 새로 가게도 열었습니다. 결국 2017년 여름, 창업자 부부는 직원들과 함께 회사의 공동 주인이 되었습니다. 2015년부터 종업원 기업으로의 전환을 지원하는 시민단체와 연계해 매주 교육과 토론을 거친 끝에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탈바꿈한 것이죠. 창업자 부부의 설명을 들어볼까요.


“처음에는 가족과 친구들이 우리에게 회사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어요. 우리는 회사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이라고 답했죠. 서비스 산업에서도 직원들이 성공 기회를 얻어야 합니다. 직원들이 변함없이 직장 생활을 했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모범을 보이고 싶었어요.”


근무 기간이 오래된 10명의 직원이 먼저 협동조합 소유주가 되었고, 수십 명의 직원들도 속속 소유주로 편입되고 있습니다(3000달러 출자금이 모일 때까지 급여에서 일정액을 공제합니다). 청년과 여성, 이민자 출신 직원들도 물론 마찬가지이죠.


지역의 유력 언론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소개된 슬라이스 오브 뉴욕. 가운데 여성이 공동 창업자인 마거릿 리 씨입니다.


그래서 일상이 달라졌느냐고요? 슬라이스 오브 뉴욕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직원들이 회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직원들로 선출된 공동 운영위원이 회사의 지배구조, 연간 예산 계획, 전략과 방향 수립 등을 결정합니다. 각 구성원은 의사결정에서 동등한 표를 행사하며 연말에 이익을 공유하죠. 한 마디로 직원들이 소유주로서 회사 이익과 위험을 함께 책임지는 점이 달라졌을 뿐이랍니다. 7년차 직원이자 주인인 렌 보구이렌(28)의 말을 한 번 들어볼까요.


“보통 음식 서비스업에는 아무도 오래 머물고 싶지 않죠. 하지만 솔직히 나는 내 일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사람들은 제게 어디서 일하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피자가게에서 일한다고 대답하죠. 그리고 덧붙여요. 파트타임 직원이 아니라 소유주의 하나인 파트 오너(Part-Owner)랍니다, 라고 말예요.”


현재 슬라이스 오브 뉴욕은 다른 기업들의 종업원 소유 전환에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여러 시민단체도 회계사와 변호사, 실무자 등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물론 직원들을 파트 오너로 만들어 함께 꿈을 실현하기 위함이겠죠. 그 꿈이 올바를 뿐 아니라 믿음직하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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