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점거 노동자들,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한 사연
2008년 금융 공황 때부터 2020년인 지금까지, 몇 번에 걸친 위기 속에서 회사와 일터를 지켜내려 노력한 평범한 종업원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자체 스포를 하자면, 나중에는 아주 새로운 형태의 회사가 생겨나지요^^
2008년 12월, 갑작스런 금융공황으로 미국의 최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250억 달러의 연방 구제기금을 받은 지 며칠 지난 때였습니다. 시카고에 있는 리퍼블릭이라는 이름의 창문 섀시 제조업체가 공장을 급작스럽게 폐쇄했습니다. 이유는 정부로부터 수백억 달러를 지원받은 BOA가 중소기업인 리퍼블릭 측에 대출 연장을 거부하고 채무 상환을 요구한 때문이었습니다.
회사 노동자들의 저항과 인터뷰 장면은 2009년 마이클 무어 감독의 2008년 작품 ‘자본주의-러브스토리’에도 나옵니다. 출처: 유튜브에서 해당 작품 장면 캡쳐
크리스마스 시즌이었지만 리퍼블릭에 근무하는 250명의 종업원들에게는 산타클로스 대신 악마가 찾아온 것과 같았죠. 직원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30일도 아니고 단 3일이었습니다.
법에 따라 공장 폐쇄 60일 전에 종업원들에게 통지할 의무가 있었지만, 은행 독촉에 쫓기는 회사 측은 법 규정마저 지키지 않았습니다(아, 뭔가 남 일 같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직장을 폐쇄할 경우 직원들에게 60일치에 해당하는 보수를 주어야 하는 규정 또한 무시되었죠.
무어 감독의 ‘자본주의-러브스토리’에서 눈물 흘리는 리퍼블릭 노동자. 출처: 유튜브 캡처
당시에는 금융 위기 여파로 미국 전역에서도 수십만 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해고당하고 있었죠. 수백 명에 불과한 리퍼블릭 노동자들은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행동에 나섰죠. 바로 수십 년 동안 자신들의 일터이던 공장을 점거한 것이었습니다. 당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우리 회사가 문 닫는 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창문 제조 사업은 수익성이 있었거든요. 오너 가족은 임시 노동자를 고용해 다른 지역에 새로운 공장을 열었습니다. 게다가 비리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았죠. 회사는 채무 상환을 하지 못해 은행의 압박을 받았어요. 우리는 공장 폐쇄의 이유가 회사 측이 이윤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공장 점거에 들어간 종업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여론의 집중 포화와 회사 및 정부의 강력한 대응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까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리퍼블릭 공장 노동자들의 행동은 광범위한 언론 보도를 이끌었고 대중들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직장 폐업과 해고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실의에 젖어 있던 미국 국민들은 리퍼블릭 직원들의 점거 행동에 오히려 위로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또 다른 위기를 극복하고 ‘뉴 에라 창호(New Era Windows)’라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기업인데, 그 얘긴 다음에~^^;; 출처: 뉴에라 창호 공식 페이스북
일반 국민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리퍼블릭 종업원들을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회사 측에게 종업원들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했지요. 주 법무장관은 회사의 공장 폐업에 관한 법 위반을 조사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심지어 주지사는 지역 내에서 뱅크 오브 아메리카, 즉 BOA의 업무를 정지시켰죠. BOA가 회사의 신용을 압박하는 바람에 공장 폐쇄가 이루어졌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여론과 정치권의 공세 앞에서 회사와 은행 측은 6일 만에 물러섰습니다. BOA는 채무 상환 독촉을 잠시 유예했고, 그동안 회사 측은 새로운 인수자를 물색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점거를 풀고 업무에 복귀했죠.
결국 시리어스 에너지라는 회사가 공장을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고용도 승계했죠. 2009년 4월 조 바이든 당시 부통령은 회사 관계자와 노동조합 지도자를 만나 공장 재가동을 축하했습니다.
이렇게 창문 섀시 공장의 수백 노동자들은 공장과 일자리를 지켰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4년 전 겪은 공장 폐쇄와 집단 해고가 똑같이 갑작스런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이때 종업원들도 똑같이 공장 점거에 나서다가 완전히 다른 발상을 하게 됩니다만···.
글이 너무 길어져서 다음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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