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대신 사장님을 해고하기로 했어요”
이제부터 들려드릴 사연은 어느 창문 회사 종업원들이 두 번이나 공장 폐쇄를 겪은 끝에 일터를 지켜내는 이야기입니다.
2008년 미국 시카고의 창문 제조공장이 갑작스럽게 폐쇄되자 종업원 수백 명이 6일간 공장을 점거했습니다. 경제 위기에 시달리던 국민들의 지지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의 지원 속에 공장은 새 회사에 인수되고 종업원들은 일터를 되찾았죠. 이것이 지난번 이야기입니다^^
첫 번째 이야기 바로가기
http://blog.daum.net/ecodemo-sotong/30
2012년 위기를 겪고 새롭게 출발한 회사의 여성 종업원들. 출처: 뉴에라 창호(New Era Windows) 누리집
하지만 2012년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새로 공장을 인수한 업체가 다시 한 번 공장 폐쇄를 단행했지요. 4년 전과 마찬가지로 노동자들에겐 아무런 통보나 보상 조치가 없었습니다. 종업원들은 다시 한 번 공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당시 관계자의 말을 들어볼까요.
“4년 전에는 (공장 점거와 협상에) 6일이 걸렸죠. 이번에는 11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어요.”
퇴직한 직원들, 노동조합원들, 시민단체가 모여들었고 피자와 텐트가 도착했습니다. 미디어에서 보도에 열을 올리기 전부터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이 폭발했지요. 결국 새 회사 역시 물러섰고, 종업원들은 새로운 기업 형태를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사장은 공장을 폐쇄하고 우리를 해고하려 했죠. 2012년 우리는 직접 공장을 매입해 사장을 해고하기로 했습니다. 종업원들이 공장을 함께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를 만들기로 말이죠. 이게 우리 이야기입니다.”
뉴 에라 창호 누리집 대문. 이들은 새로운 직업 창출 방식의 미래를 꿈꾼다고 합니다^^
지난한 과정 끝에 2012년 5월 노동자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뉴 에라(New Era) 창호회사는 누리집 소개 글에 이상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 New Era는 새로운 시대라는 뜻이죠. 협동조합 측은 자신들이 새로운 기업 형태를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일자리 창출 형태에 영감이 되기를 바라며 그런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경제 건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임시 부품이나 원자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되죠.”
인수과정에서 250명의 직원들이 52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을 상대하지 않으려는 회사 및 금융기관 측을 상대로 은행 앞 행진이나 서명운동 등을 벌이며 끈질기게 협상한 끝에^^;; 마침내 120만 달러에 공장을 인수하기로 합의했죠.
여전히 자금이 모자랐지만, 다행히 워킹 월드(Working World)라는 협동조합 대출을 위한 비영리단체가 60만 달러를 빌려주었습니다. 당시 관계자가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투자자들의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해요. 창호공장이 두 번이나 문을 닫을 동안 사업상 문제는 없었습니다.단지 소유주들의 이해가 맞지 않았던 거죠. 우리 단체는 빠른 수익을 추구하지 않아요. 대신 채무기업이 자립할 때까지 원금 상환을 연기합니다. 실물경제 측면에서 성장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위험은 적지요.”
또 다른 종업원 협동조합으로 납품하는 뉴에라 창호 종업원 겸 소유주들^^ 출처: 뉴에라 창호 페이스북
공장 자재와 기계의 인수가 확정된 뒤 종업원들은 장비들을 새 공장으로 직접 날랐습니다. 스스로 “땀띠를 흘리며 수십만 달러를 절약했다”고 주장합니다. 2012년 5월 뉴 에라 창호회사 협동조합은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점차 회사는 자리를 잡아가고 있죠. 누리집에 나온 소개글에는 자부심이 넘칩니다.
“우리는 시카고에서 가장 높은 품질의 창문을 만듭니다. 방음성이 뛰어나고 에너지 효율이 매우 우수하죠. 녹색산업에 기여하면서도 고객들의 자금을 절약해 드립니다. 우리가 만든 창문은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린 시장에서 최고가 되겠어요.”
기업가 마인드와 상호 협력 정신으로 똘똘 뭉친 노동자 소유주들입니다^^ ∞
누리집: http://cafe.daum.net/ecodemo
블로그: http://blog.daum.net/ecodemo-sotong
문 의: sotong2012@hanmail.net
'종업원 소유 참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직원들이 받은 수백억 원짜리 회사, 위기에 몰리다 (0) | 2020.01.22 |
---|---|
알바생에게 대학 등록금 준 피자가게, 그 후··· (0) | 2020.01.20 |
공장 점거 노동자들, 오바마 대통령이 지지한 사연 (0) | 2020.01.13 |
“직원들도 고객만큼 소중하다”는 회사 (0) | 2020.01.09 |
“경영회의에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필수죠” (0) | 2020.0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