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회의에 현장 노동자의 참여는 필수죠”
2년 전 미국의 한 엔지니어링 회사로 스카우트되어 들어온 영업부장 토마스 씨는 이직 초기에 참석한 중요한 회의 시간에 희한한 경험을 했습니다. 안건은 설비투자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관리자들 틈에 평범한 현장 작업자가 끼어 있었죠.
마치 휴먼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이 회사는 뭔가 현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있던 걸까요. 이 회사, 즉 미국 미네소타에서 엔지니어링 사업을 하는 로우-리치(Lou-Rich) 사는 마침 기계 한 대를 구입하려 하고 있었습니다(연 매출액이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회사인 만큼 기계도 비싼^^;). 이런저런 논의가 오가는 중에 작업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새 기계가 좋긴 하지만 투자 자본 수익률(ROI)이 어떨지 확신하지 못하겠네요.”
경영진 뺨치도록 수익률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링업체 로우-리치 직원들. 출처: 로우-리치 페이스북.
토마스 씨는 마치 경영진을 연상시키는 작업자의 발언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일선에 있는 직원이 회의에 참석하라고 제일 먼저 통보받았다는 점도 특이했죠. 사실 로우-리치에서는 놀랄 만한 사건이 아니긴 했지만요.
이유는 작업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회사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업원들마다 소유권과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죠. 일부 직원은 수십만 달러(우리 돈 몇 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적립해 놓았을 정도였죠.
1970년대에 두 명의 창업자로 시작한 로우-리치는 20년 뒤 50대인 창업자들이 은퇴를 생각할 만큼 성공적으로 성공했습니다. 현재 CEO인 라슨 씨는 조기 은퇴가 창업자들의 꿈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했죠.
“업무에서 손을 뗀 두 창업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자 다른 기업에 회사를 매각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원들 덕분에 성공했다는 믿음으로 다른 구상을 했어요.”(라슨 씨는 한 창업자의 아들입니다^^)
로우-리치는 창업자들의 지분 30%를 매입하기 위해 종업원 주식 소유제도(ESOP: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이솝)를 시행하고 은행 대출을 받았습니다. 20년 동안 ESOP 지분은 차츰 늘어났고, 2012년 마침내 로우-리치는 100% 종업원 소유 기업이 되었죠.
100% 종업원들이 소유한 루이-리치는 주로 엔지니어를 고객사에 파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출처: 루이-리치 누리집
그동안 새로운 동료들도 합류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아예 회사 전체가, 그것도 한 개가 아니라 네 개나 더 늘어났죠^^ 2004년에 로우-리치는 진동기계 제조업체인 암코(Almco)를 먼저 인수했습니다. 사실 두 회사는 거래관계에 있었는데 암코의 소유주들이 자기 회사를 사라고 제의했죠. 라슨 씨의 말을 들어볼까요.
“암코 소유주들은 우리 회사를 믿었고 종업원 소유권 역시 호의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대기업에 자기 회사를 팔고 싶지는 않다고 했죠. 대도시에 있는 큰 기업은 자기들의 회사는 물론이고 지역 사회 역시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라슨 씨에 따르면 그만한 근거가 있습니다.
“지역에 있는 여러 회사가 외부 투자자에게 인수된 후 마치 소젖을 쥐어짜듯이 탈탈 털리며 엄청난 피해를 입었어요. 늘 그렇지는 않겠지만 자주 이 같은 일이 발생합니다. 금융 투자자들은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익을 얻으려 갖가지 수단을 짜내지요.”
이렇게 두 지역회사가 합병했지만 어떤 인위적인 구조조정도 없었습니다. 각자 분야가 다른 만큼 두 회사는 별도 사업으로 생존하기로 했죠. 여기에 건설용 패널 제조사, 고압 주조 관련사, 기계 정비 회사 등이 다시 들어왔습니다. 물론 모두 100% 종업원 소유제도를 실시했죠.
루이-리치와 암코 등 다섯 개의 회사가 합쳐 만든 100% 종업원 소유 중소기업 집단 이노밴스 누리집. http://www.innovance.com.
결국 다섯 개의 종업원 소유 제조업체가 모여서 이노밴스(Innovance)라는 중소기업 그룹이 탄생했습니다. 이노밴스란 혁신을 뜻하는 Innovation과 발전을 뜻하는 Advance를 합친 말이 아닐까 싶은데, 라슨 씨는 이노밴스의 CEO입니다.
현재 이노밴스는 400명 이상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연 매출액 8000만 달러를 기록 중입니다. 사실 종업원 소유주들은 고급 스포츠카를 운전하거나 호화로운 집에서 살지는 못합니다. 단지 다섯 개의 직장에서 매주 용접하고 기계를 작동시키고 금속을 가공하면서 자기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꿈꿀 수 있는 미래를 그릴 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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