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비율 8900%였던 회사의 코로나 위기 대처법
“구조조정에 들어간 회사가 직원들에게 공장을 팔겠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안도감으로 펄쩍 뛰었고 급히 10만 달러를 출자했죠. 하지만 우리가 인수한 공장은 허리케인 한가운데 떠다니는 뗏목 같았어요. 부채가 890만 달러나 되었거든요.”
창업 초기 엄청난 부채와 경제 불황에 시달리던 종업원 소유기업 SRC 홀딩스는 2017년 경제지 <포브스>가 뽑은 ‘미국의 훌륭한 중소기업’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못지않게 경기 침체가 닥친 1983년, 12명의 미국 노동자가 해고를 피하기 위해 자신들의 일터를 직접 인수했습니다. 하지만 CEO의 증언대로 부채 비율만 8900%에 달하는 회사가 과연 어떻게 생존하겠습니까?
“우리는 무서웠습니다. 전통적인 관리 방식에 의존할 수 없었어요. 더 뛰어난 사고 방식과 새로운 관리 기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소유주가 된) 직원들에게 사업이라는 개념부터 가르쳐야 했죠.”
CEO는 종업원들과 함께 몇 단계에 걸쳐 부채를 줄이기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목표 달성 시에 30만 달러에 달하는 보너스도 약속을 했죠. 하지만 달콤한 미래만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는 없고, 다소? 아주?^^;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일단 직원들은 재정에 대한 개념을 익힐 필요가 있었습니다. CEO는 종업원 소유주들에게 각자 부서의 재정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각 개인이 회사와 스스로를 위해 어떻게 이익을 낼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전략이 통하려면 회사 재정부터 투명하게 공개하고 직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대폭 주어야 했죠. 대다수 기업이나 경영진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방식입니다만 이 회사 CEO와 종업원들은 부단하게 노력했습니다.
“우리 종업원들은 각 부품이 얼마인지 알기 때문에 제품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낭비란 자신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간다는 뜻이거든요. 직원들은 회사에 지분을 가진 덕분에 강한 의욕을 가집니다. 노동이란 월급 이상의 의미가 있죠(배당, 보너스, 주식 평가액 등등). 비서부터 현장 조립공까지 모든 구성원이 그렇습니다.”
SRC 홀딩스의 투명한 재무상황 공개와 종업원 소유경영 참여제도는 잭 스택 CEO의 책 <위대한 비즈니스 게임>(2003년, 김앤김북스)을 통해 수십만 명의 독자에게 소개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스택 CEO의 <Change the Game>라는 책도 나왔네요. 이미지 출처: https://www.greatgame.com/books/change-the-game-book
‘노동자들에게 재무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 경영을 혁신한다’는 오픈북 경영(Open-Book Management)의 개념은 실제로 이 회사의 사례에서 나왔습니다. 이 회사는 바로 잭 스택(Jack Stack) CEO가 이끄는 100% 종업원 소유의 엔지니어링 기업 SRC홀딩스(SRC)입니다.
초창기부터 오픈북 경영을 시행한 지 5년 만에 결과 SRC의 부채 비율은 8900%에서 180%로 확 줄었습니다(보너스 30만 달러는 정상적으로 지급되었습니다^^). 기업 가치는 4300만 달러로 높아졌죠. 그 뒤 30년쯤 흐른 2017년의 매출액은 5억3000만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2020년 현재 SRC는 수십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1600명 이상의 종업원 소유주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오픈 북 경영에 대한 지식을 배우기 위해 수천 개의 기업이 SRC를 방문하고 있죠(책도 수십 만 권이 팔렸습니다^^).
코로나19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연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늘어나고 경제 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SRC는 투명성과 신뢰의 원칙을 바탕으로 종업원 소유주들과 함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것입니다. 사진 출처: 백악관
최근 코로나19의 창궐로 경제 위기가 도래하는 상황에서도 SRC는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의 어려움과 몇 번의 경제 불황을 겪으면서 현금 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리 충분한 유동성을 갖추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SRC가 자신감을 가지는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며, 스택 CEO의 말로 설명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오늘의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압니다. 하지만 성공하지 못할 이유는 없어요. 우리는 투명성, 재정적 규율 확립, 사람에 대한 신뢰와 존중, 위기 시에도 미래에 집중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두려움을 극복할 것입니다.” ∞
연락처: 02-3662-9737
누리집: http://cafe.daum.net/ecodemo
블로그: http://blog.daum.net/ecodemo-sotong
문 의: sotong2012@hanmail.net
'경제민주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샌더스, 삼성·현대·애플 지분 20%를 노동자에게? (0) | 2020.04.23 |
---|---|
우리 언론이 알리지 않은 샌더스의 기업정책 (0) | 2020.04.20 |
“코로나19 경제 위기, 투명성과 신뢰로 이기자”는 기업가 (0) | 2020.03.23 |
버니 샌더스, 블룸버그 후보에게 날린 일침? (0) | 2020.02.24 |
기업 상속, 오너 가족 대신 종업원 소유로 풀어볼까 (0) | 2020.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