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상속, 오너 가족 대신 종업원 소유로 풀어볼까
우리나라 중견기업의 열 곳 중 여덟 곳은 가업승계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한국중견기업연합회와 함께 실시한 ‘2019년 중견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총 4500개의 중견기업 중 82.9%는 뚜렷한 가업승계 대책이 없다고 밝혀졌습니다. 그러니까 3600개가 넘는 중견기업이 현재 오너가 퇴진한 이후의 상황에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네요.
우리 중견기업은 2018년 30조 원 이상을 투자했고, 2017년 12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일반적으로 중견기업이란 자산 5000억원 이상 또는 3년 연속 매출 1500억 원 이상인 회사를 뜻합니다(대기업 관련사 제외). 우리나라 중견기업은 총 120만 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18만 명 이상을 신규로 채용했습니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디딤돌 역할을 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에 한 몫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 오너 체제 이후의 승계 문제가 불투명하다니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죠.
언론에 따르면 산업부 관계자는 “상속세나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이 가업승계 과정에서 중견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관련 세율 인하나 공제 대상 확대는 바람직한 방안으로 볼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중소기업 상속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500억 원의 상속가액을 공제하고 있죠. 여기서 상속·증여 관련 세금 부담을 더 완화한다면 부의 대물림과 양극화를 조장하는 결과밖에 되지 않습니다.
2018년 중견기업의 신규 채용 인원은 모두 18만 명에 달합니다.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그렇다고 이대로 아무 대책 없다면 중견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질 수도 있겠죠. 합리적인 방안은 없을까요?
사실 자본주의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해당기업의 종업원에게 오너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상당한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오너와 그 일가는 종업원에게 지분을 판 대금으로 다른 투자 상품을 구입할 경우 일정한 조건 안에서 과세를 유예받습니다(과세 이연).
바로가기: 기업 상속, 세액공제 대신 기상천외한 해법!
최근 미국에서는 창업주가 마땅한 대책 없이 은퇴하는 중소기업이 230만 개에 달합니다. 그 결과 수천만 개나 되는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에 문제가 심각할 수밖에 없죠. 미국 정부가 마련한 해법은 바로 종업원들의 기업 인수를 지원하는 방안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수 자금은 어떻게 마련할까요? 바로 은행 대출입니다. 다만 미국 은행도 종업원들에게 자금을 대출하기는 꺼리죠. 결국 정부가 나섰습니다. 2018년 제정된 ‘중산층 종업원 소유법’(Main Street Employee Ownership Act of 2018)에 따라 미국 중소기업청이 종업원들의 대출에 지급 보증을 서기로 했죠.
이 법안에서 미국 중소기업청은 종업원 기업 소유 및 노동자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경영진 교육 ▲종업원 소유권에 대한 일대일 컨설팅 ▲여러 당국 및 사회 기관과 관련 프로그램 수립 ▲종업원 소유기업에 대한 대출 및 지원 현황에 대한 보고 등을 활성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중소기업이든 중견기업이든 대기업이든, 오너 일가보다 해당 기업의 종업원들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더 많은 기여를 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근 한진그룹 총수 오너 일가의 상속분쟁에서 보듯이 이른바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장래를 위협하는 요인이 된 것도 사실이죠.
미국에서 창업주들의 은퇴 후 기업을 종업원 소유로 전환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 프로젝트 에퀴티 누리집. 이 단체는 소유주와 노동자를 대상으로 활발한 컨설팅 및 교육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반면에 종업원 소유기업은 미국에서 각종 연구와 통계를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바 있습니다. 노동자 소유주들은 일반 기업 종업원들보다 임금과 복지 혜택을 더 많이 받고, 퇴직금도 많으며, 해고 위험은 낮다고 밝혀졌습니다.
바로가기: 미국판 ‘소득 주도 성장론’, 실현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도 우리사주조합과 협동조합 등 종업원 소유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상당 부분 존재합니다.종업원 소유를 위한 대출 확대와 세제 혜택 강화, 각종 정책 지원과 관련 제도 수립으로 가업 승계 문제를 슬기롭게 풀었으면 합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우리 국민은 물론 모든 사람들이 더 이상 위협받지 않기를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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