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전용 주차장’을 없애버린 회사
대기업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중소기업도
CEO나 임원진은
특별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주차장에 사장이나
고위 간부만 차를 댈 수 있는
구역을 만들기도 하죠.
연매출 7000만 달러(약 800억원)쯤 되는
미국의 제조업체가 평등하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갑니다.
2010년 산업용 섬유를 만드는 TVF는
창업자의 은퇴를 맞아
승계 계획을 고민했습니다.
자녀가 없던 창업자는 사모펀드나 M&A로
회사의 유산이 사라지는 게 싫었습니다.
당시 최고 재무 책임자(CFO)이던
크리스 프레드릭 씨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했지만 자금이 부족했죠.
프레드릭 CFO가 자문을 구한 회계법인은
마침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제와 비슷한
종업원 주식 소유제(ESOP. 이솝)를 이용한
노동자 소유기업이었습니다.
프레드릭 CFO와 창업자는
처음 들어보는 ESOP에 매력을 느꼈죠.
2010년 TVF는 ESOP을 통해
100% 노동자 소유회사가 되었습니다.
부채 상환 기한은 8년이었는데
종업원 소유주들은 불과 4년만에 다 갚았죠.
참, 지분 매입금은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가 부담하고,
창업자는 관련 양도세를 이연 받았습니다.
역시 미국법상으로 부채 상환금은
회사의 운영비로 처리했죠(윈윈^^).
현재 TVF는 직원이 50명에서 75명으로,
연매출은 3500만 달러에서
7500만 달러로 늘었습니다.
종업원들이 소유주 마인드를
점점 더 수용함에 따라
수익 역시 세 배로 늘어났다고 합니다.
이제 CEO가 된 프레드릭 사장이 말합니다.
“ESOP 기업으로 전환한 뒤 우리는
종업원들이 소유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끔 조치를 취했습니다.
가령 회사 간부들을 위해 마련한
주차 공간을 없애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함을 강조했죠.
아주 작은 부분부터 시작했어요..”
“종업원 소유문화를 만들려면
노력이 필요하다”고
프레드릭 사장은 강조합니다.
“직원들이 회사를 자기 것으로 느끼며
우리 모두가 회사의 성공에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는 회사 가치와 비전을 정립하고
채용, 성과 검토, 팀 회의 같은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했어요.”
투명한 재무구조도 중요합니다.
TVF는 장기 목표를 세워 부채를 갚고
주가를 올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분기별 회의를 통해
재무 결과를 공유했습니다.
연간 목표를 초과하는 이익의 일부를
전체 노동자들과 균등하게 나눴습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때도
평균임금의 10%를 초과하는
상여금이 지급되었다고 하네요^^
최근 TVF는 새로운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임파워드(Empowered) 벤처스라는
지주회사를 차리고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기 시작했죠.
지난 4월에는 엔지니어링 기계공장을
최초로 인수했습니다.
다시 프레드릭 사장의 말.
“모든 자회사는 ESOP을 통해
노동자들이 소유합니다.
인수·합병은 매우 잘 되었어요.
우리는 연매출 500만~3000만 달러 규모의
중소 제조업체나
서비스 회사를 인수하려 합니다.
은퇴 예정인 기업주가 회사의 유산과
종업원들을 배려하는 경우를 원합니다.”
이른바 ‘문어발식 확장’으로 논란이 된
우리나라 일부 재벌과 달리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TVF와 임파워드 벤처스는
투명하고 협력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한
노동자 소유의 자회사로 운영됩니다.
그만큼 제도적 뒷받침과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이
우리보다 용이하며
관련 시장도 발달했다는 뜻이겠죠.
최근 임파워드 벤처스에 합류한
M&A 전문가의 말로 마무리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TVF가 강자가 된 이유는
종업원 소유문화가
활기를 띠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종업원 소유주들은 열정적이고
비즈니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이 커요.
단순히 근태가 좋다는 뜻이 아닙니다.
TVF 구성원의 참여와 동료애에
저 역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들은 공동의 성공으로
이득을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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