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지사 “10월은 종업원 소유권의 달”
지난 10월7일 미국 버몬트 주지사는
희한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종업원 소유권은 회사에 고용된 직원들이
상당한 부를 축적하도록 도우며,
따라서 국민들은 미국의 성장과
번영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
나 필립 B. 스콧 주지사는
2020년 10월을 ‘종업원 소유권의 달’로
(EMPLOYEE OWNERSHIP MONTH)
선포합니다.”
우리나라의 도지사쯤에 해당하는
버몬트 주지사가 10월 한 달 동안
종업원 소유를 기념하겠다고 공언한 거죠.
코로나 경제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왜 이런 선언이 나왔는지
내용을 한 번 볼까요.
“종업원 소유권을 통해 우리 국민은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동기를 부여받습니다.
회사 역시 생산성과 경쟁력이 향상됩니다.”
스콧 주지사는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제와 비슷한
종업원 주식 소유제도(ESOP·이솝)을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언급했습니다.
현재 미국의 6400개 회사에서
1400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ESOP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ESOP을 운영하는 회사는
일반 회사보다 수익성과 생산성이 높고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습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다른 회사보다
해고율이 더 낮다는 점도 입증되었습니다.”
이번 성명에선 창업자가 은퇴하는 경우
노동자들이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도
거론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 승계 문제가 시급한데
미국에서는 이미 노동자들의 인수를 돕는
관련법이 시행되고 있죠.
“종업원들에게 기업체를 매각하면
은퇴하는 사업주들은
공정한 보상을 제공받습니다
(세제 혜택이 있습니다).
기업은 우리 지역에
더 단단히 뿌리내릴 것입니다.
또 종업원 소유주들은 안정적으로 일하다가
은퇴 후에도 윤택하게 살게 됩니다.”
미국엔 퇴직 프로그램이 없는 회사가 많지만
종업원 소유주들은 은퇴 때
자기 지분을 회사에 매각하는 등으로
상당액의 은퇴 자금을 확보합니다.
퇴직금이 10억 원을 넘는 경우도 있죠.
공식적으로 버몬트 주에는
3000명 이상의 종업원이 ESOP을 통해
자사주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는 훨씬 많을 것 같습니다만).
또 버몬트 종업원 소유센터가
2001년부터 문을 열고 수백 개의 회사에
관련 컨설팅과 홍보 활동을 벌이고 있죠.
버몬트 주에는 민주당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 의원이 재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의원은
젊은 시절부터 종업원 소유권의 확대를 위해
입법 등 다양한 활동을 벌여왔습니다.
버몬트 주정부 역시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지원하며
지역의 종업원 소유권 확대를
장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선언 역시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이뤄진 듯한데,
2019년에도 스콧 주지사는
10월을 종업원 소유권의 달로 공포했죠.
우리나라도 종업원 소유권을 통해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발전을
모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의 경우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그룹이나 현대그룹 같은 대기업 역시
승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죠.
종업원들의 지분 인수를 지원해
기업 승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유용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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