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은 94세 중소기업인의 별세를 애도할까
지난 2월 중순 <뉴욕 타임스> <포춘>
<워싱턴 포스트> CNN, 폭스뉴스 등
미국의 유수 언론이
한 할아버지 기업인의 별세를 보도했습니다.
아래 이미지에 나오는
구글 뉴스 목록만 보셔도
얼마나 많은 매체가
부고 기사를 실었는지 아실 겁니다.
그야말로 미국 전체가
고인을 추모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겠죠.
기업인이라고 하지만
대기업을 일으키진 않았습니다.
94세를 일기로 돌아가신
밥 무어 할아버지는
통곡물 제조 중소기업의 창업자예요.
밥의 레드밀이
건강한 통곡물 회사이긴 해도
무어 할아버지가 추도 받는 건
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포춘>의 부고 기사 제목에서
실마리를 찾아보죠.
‘50세 이후 백만장자가 된
예전 주유소 주인이자
자동차 판매점 JC페니 매니저가
94세로 사망,
직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고 떠남
(Former gas station owner and
JCPenney manager
who became a millionaire
after 50 dies at 94,
leaving his company to employees).’
-2024년 2월15일 미국 경제지 <포춘>
통곡물 회사를 만들기 전에
여러 경력이 나오고
더 중요한 언급이 뒤따르네요.
그렇습니다.
생전에 밥 무어 할아버지는
자신이 설립한 회사를
직원들에게 넘겨주었어요.
몇 억 달러에 회사를 팔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뿌리쳤죠.
현재 밥의 레드밀은 700명의 종업원이
자사 지분 100%를 보유 중인
노동자 소유기업입니다.
미국에는 ESOP이라고 하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가 있습니다.
우리사주제와 달리 지분 매입금은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가 부담하죠.
2010년부터 무어 할아버지는
회사를 ESOP에 매각했습니다.
물론 풍부한 세제 혜택을 받긴 했지만
M&A를 했다면
더 큰 부자도 될 수 있었죠.
무어 할아버지가 생전에
당시 상황을 증언합니다.
“사업가들은 내게
큰 호의를 베푸는 것처럼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고
계속 연락을 했어요.
내가 회사를 팔고 싶지 않다고 하자
그들은 내가
얼마나 멍청한 바보인지 말하더군요.
하지만 나는 내 회사를
정말 멍청하게 만들 수는 없었거든요.”
인수·합병 이후 많은 회사들이
조각나서 팔리고 외지로 옮겨가고
종업원들이 해고되는 모습을
무어 할아버지는 많이 봤습니다.
자신의 회사와 직원들이
똑같은 운명을 맞아서는
안 된다는 신념이 있었어요.
“일반적으로 기업주와 경영진은
이익에만 관심을 둡니다.
‘들어와서 최대한 부자가 되어
회사를 떠라’,
이런 아이디어가 관심사예요. ···
종업원 소유회사에서 일하면
노동자들은 자신의 삶을 바꾸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습니다.”
직원들도 호응했습니다.
2010년 ESOP 도입 당시
200여 명이던 직원 소유주는
2020년에 700명으로 불어났고
연 매출도 1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현재 밥의 레드밀은 70여 개국에
200개 이상의 제품을 팔고 있죠.
현장에 익숙한 종업원 소유주들은
여러 의견을 내서
통곡물 낭비 역시 대폭 줄였다고 해요.
세 아들과 9명의 손자,
6명의 증손자를 둔 무어 할아버지는
평생을 사랑하던 부인 곁으로
‘평화롭게’ 떠났다고 합니다.
생전에 “어디서든 사람들이
나를 알아보고 말을 걸어온다”며
자랑스러워하기도 했죠.
밥 무어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며
밥의 레드밀과 종업원 소유주들이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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