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종업원들이 소유한 호텔에서 근사한 저녁을~
“우리가 메뉴를 살피는 동안
식전 빵이 나왔습니다(이건 못 참지~).
저는 사슴 고기와 블랙 푸딩이 들어간
스카치 에그를 전채 요리로 주문했어요.
동료는 노퍽 지방에서 난 홍합을 택했습니다.
메인 요리로 저는
바바리라는 오리의 가슴살 튀김을,
동료는 팬에 구운
대구 살코기를 시켰습니다.”
어느새 2023년도 다 갔고
크리스마스를 맞았습니다.
한 지역매체 기자가
영국 동북부 노퍽 주에 있는
종업원 소유기업
임페리얼 호텔(Imperial Hotel)의
카페 크루(Cafe Cru)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있군요.
아주 입맛이 도는 듯한데,
오늘 가족이나 연인, 좋은 이와 더불어
뜻 깊은 곳에서
즐거운 만찬이라도 나눌까요^^
90년 역사의 임페리얼 호텔은
3대째 가족기업으로
에일린&닉 몹스 부부가 운영 중이었습니다.
몹스 부부는 수십 년이나 호텔을 잘 경영해
2성급에서 4성급으로 키웠어요.
은퇴할 때가 다가오자 소유주 부부는
일찌감치 자기 길을 택한 자녀들 대신
다른 이들에게 호텔을 넘기기로 했습니다.
2023년 소유주 부부는 EOT라고 하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을 통해
직원들에게 상당한 지분을 넘겼습니다.
일부 지분을 가진 CEO와 함께
EOT는 호텔의 공동 소유주가 되었어요.
몹스 부부의 말을 들어볼까요.
“CEO와 팀원들은
임페리얼 호텔에 대한 열정과 헌신으로
호텔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종업원 소유권을 통해)
임페리얼 호텔의 개성과 정체성,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어요.”
임페리얼 호텔 종업원 소유주들에게
기존 소유주들의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
호텔 레스토랑의
식사 얘기를 계속 이어갑니다.
기자 일행은 아직
전채 요리를 즐기고 있네요.
“스카치 에그 안에
짭짤하고 진한 블랙 푸딩이
들어 있을 거라는 예상은 맞았지만
훨씬 의외였어요.
푸딩은 사슴 고기에 살짝만 들어 있었고
아주 미묘한 힌트처럼 소금을 머금었습니다.
가운데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는
노른자가 부드럽게 흘러내렸죠.
전통적인 스카치 에그보다 훨씬 맛있었어요.”
동료가 택한 홍합 요리는 잘 익었고
크림소스와 허브에 버무렸습니다.
소스가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전채로서는 만족했다고 합니다.
메인 요리인 바바리 오리와
대구살에 대한 품평이 이어집니다.
“팬에 튀긴 분홍빛 오리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두 조각의 고기가
완벽한 모양을 잡고 있어요.
하나는 육즙이 풍부하고
맛있는 지방층이 있으며,
하나는 바삭바삭 코팅을 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맛이었어요.
특히 중국식 향신료를 넣고 코팅한
크로켓 고기를 먹으며,
세계의 다재다능한 요리 방식에
감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주방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한 요리’라고 합니다.
대구 요리는 어땠을까요.
“살코기 가득한 생선을 살짝 씹자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어요.
오리 요리와 마찬가지로
진한 주스가 제공되어 풍미를 더했습니다.
동료는 짭조름한 대구 살에
군침이 다 난다며 매료되었어요.”
소화할 시간이 지나고
웨이터가 다가와
디저트를 원하느냐고 물었습니다만,
대답은 뻔하겠죠.
“동료는 초콜릿 무스와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핫초콜릿 퐁당(Fondant) 과자를,
저는 자두 클라푸티(Clafoutis)를 주문했어요.
퐁당 과자는
초콜릿 애호가들의 꿈이었습니다.
자두 클라푸티는 부드러웠고,
함께 나온 마스카포네 아이스크림은
디저트를 훌륭하게 보완해 주었어요.”
칭찬만 있는 건 아니었어요.
자신들을 돌본 세 명의 웨이터는 친절했지만
그 중 한 명은
다소 격식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남녀 화장실은 깨끗했으나
남자 화장실의 한쪽 벽면은
좀 더 청소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레스토랑 역시 좀 더 손님에게
놀라움을 줄 필요는 있다고 하네요.
물론 칭찬이 많습니다.
“오리 튀김은 제가 먹어본 것 중
가장 즐거운 식사 중 하나였습니다.
셰프를 칭찬할 수밖에 없네요.
레스토랑은 레이아웃, 웨이팅 직원의 태도,
약간 더 높은 가격대를 강조하며
격식을 갖췄어요.
절대적으로 괜찮았습니다.”
2023년 11월 임페리얼 호텔은
창립 90주년을 맞아
기존 소유주와 종업원 소유주들이 참여한
기념행사를 열었습니다.
초대 손님에는
임페리얼 호텔에서 일하다가 각계로 진출한
여러 셰프도 포함했다고 합니다.
여섯 코스의 요리가 제공되는 가운데
참석자들은 약 7000파운드(1000만 원)를 모아
암환자를 위한 자선단체에 기부했습니다.
따뜻하고 뜻 깊은 성탄과
연말연시가 되었으면 합니다 (_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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