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소유주 600명, 1조4000억 원 ‘벼락부자’ 된 사연
사모펀드에 회사가 팔렸는데 직원들은
해고나 구조조정을 걱정하기는커녕
횡재를 맞았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2025년 2월 미국의
정보처리 소프트웨어 기업인
(Vermont Information Processing: VIP)
일하는 직원들은 뜻밖의 통보를 받았습니다.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라는
사모펀드가 VIP 사를 10억 달러,
1조4000억 원에 사들였다고 했어요.
1972년 설립된 VIP 사는
와이너리와 양조장, 탄산음료 생산기업 등의
창고 운영 및 배송·판매를 관리하는
소프트웨어를 공급합니다.
세계적인 음료회사인 펩시,
맥주 회사 기네스와 하이네켄도
이 회사 고객이라고 해요.
아무튼 이익 추구를 위해
무차별적인 구조조정도 감행하는
사모펀드에 회사가 팔렸다니,
직원들은 긴장하기 마련인데
반응은 뜻밖이었습니다.
VIP 사는 직원들이 주인인 회사였거든요.
600명의 전체 직원이 (부채 포함)
총 1조4000억 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1인당 평균 23억 원의 주식 보상을 받으니까
엄청난 횡재인 셈이에요.
2001년부터 VIP 사는
ESOP(이솝)이라고 하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를 통해
45명의 전체 직원에게
모든 지분을 매각했습니다.
ESOP에 30%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는 기업주는
해당 양도세 전액을 납부 유예 받죠.
직원들은 자기 돈이 아니라
모두 회사 부담으로 자사 지분을 소유합니다.
노사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ESOP은 미국에서
기업 승계 수단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덕분에 VIP 사 역시 20여 년이나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성장해 왔어요.
회사의 주인이 된 종업원 소유주들이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직원 규모도 45명에서 600명으로
쑥쑥 늘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VIP 사는 성장 잠재력을 알아본
사모펀드의 눈에도 들어왔습니다.
아무리 종업원 소유기업이 좋다고 해도
1조 원 넘는 매각금액을
거절하기란 쉽지 않겠죠.
다행히 직원들이 소유한 기업인 덕분에
회사의 매각금은 소수의 주주가 아니라
노동자 소유주 전체가 나눠가지게 되었어요.
이번 거래로 VIP 사의 팀원 중에
상당수가 백만장자가 되었습니다.
20년 이상 근무한 종업원 소유주 50명은
각자 1000만 달러, 약 140억 원의
주식 보상을 받습니다.
약 300명은 100만 달러 이상,
14억 원 넘는 보상금을 수령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1년 이상 일한 VIP사 직원은
누구나 ESOP 지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백만장자가 된 사원들은
이제 종업원 소유주가 아니라
일반 직원이 됩니다.
물론 고용 승계는 이뤄지겠지만
마음이 복잡할 것 같습니다.
한 종업원 소유주가 엇갈린 심정을 전합니다.
“감사함은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돈이란
말 그대로 사회적 지위의
변화를 의미하니까요.
동시에 여기는 종업원 소유회사잖아요.
제2의 고향과 같은 곳이었는데···.”
회사의 주인으로 일하는 것과
일반 직원으로 일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겠죠.
VIP 사의 종업원 소유주들이
상실감을 덜어내고
재정적이며 사회적인 안정을
계속 누리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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