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 노동자 소유주’ 영국 백화점, 여론 들썩이는 까닭
8만 직원이 소유한
영국 최대의 100% 노동자 소유기업
존 루이스(John Lewis Partnership) 사가
최근 지분 일부의 매각 가능성을 밝혔습니다.
대표적인 유통기업으로서 불황에 시달리자
100% 종업원 소유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가디언> 등 영국의 주요 매체는 물론
정치인까지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연 매출 120억 파운드(20조 원)의
존 루이스 파트너십은
영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입니다.
30여 개의 백화점과
330여 개의 슈퍼마켓을 운영 중이죠.
인플레이션과 영국 경제 약세 등으로
작년에는 2억3000만 파운드(3700억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19세기에 세워졌다는 존 루이스 파트너십은
1929년 창업주가 종업원 신탁을 만들어
노동자 소유기업이 되었습니다.
수만 명의 노동자는 ‘파트너’로 불리죠
(그래서 존 루이스 ‘파트너십’).
지배구조도 탁월해서
60명으로 구성된 직원 평의회는
종업원 소유주들이 선출하며
주요 의사결정을 관리합니다.
2014년 영국에서 EOT로 불리는
종업원 소유권 신탁을 제도화할 때
노동당과 보수당은 모두
‘존 루이스 모델’을 내세웠습니다.
우리의 우리사주제와 달리 EOT는
노동자 대신 회사가 자금을 부담하며
세제 혜택이 상당히 풍부합니다.
미국에도 ESOP(이솝)이라 불리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가 있습니다.
법제화 이후
존 루이스 사는 EOT로 바뀌었고
현재 영국의 EOT 기업도
1000개를 넘어섰죠.
경영 성과와 기업 민주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존 루이스 사가
영국의 종업원 소유권 확산에도
좋은 영향을 끼친 셈입니다.
지난해 경제 침체를 맞아
존 루이스 사도 큰 적자를 보았습니다.
이 회사의 샤론 화이트 회장은
10억~20억 파운드의
외부 자본을 도입할 계획입니다.
결국 100% 노동자 소유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인데,
존 루이스에 애착을 보이는
여론이 모이고 있습니다.
영국 유력지 <가디언>은
베테랑 비즈니스 전문가의 말을 빌립니다.
“존 루이스 파트너십이
종업원 소유기업으로서 지위를 잃는다면
지불할 대가가 클 겁니다.
수많은 경쟁업체와의 차별성도 사라지죠.
또 민주적 지배구조의 핵심인
직원 평의회가 동의할지도 회의적입니다
(실제로 1999년 경기 침체기에
외부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방안을 거부했답니다).”
지난해 존 루이스 사는
1953년 이후 두 번째로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주지 못했답니다.
그러나 재정 여력은 탄탄해서
14억 파운드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 중이죠.
20개월쯤 뒤인 2025년 1월까지 갚을 빚은
3억5000만 파운드라고 합니다.
<가디언>은 앞으로
존 루이스의 현금 흐름이 좋아질 것이라며
칼럼니스트의 말을 빌립니다.
“(존 루이스) 직원들은
기업을 소유한 파트너십 모델을 통해
불평등을 극복했어요.
또 종업원들은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최고의 경험과 제품,
가치를 얻어가도록 돕습니다.
바로 이 모델(종업원 소유권)이
많은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 거죠.”
영국 국무성 장관을 지낸
가레스 토머스 노동당 하원의원은
“존 루이스 사가 종업원 소유로 유지되도록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협동조합 같은 종업원 소유기업이
지배구조를 바꾸지 않는 범위에서
(외부에) 주식을 발행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죠.
사실 거대기업이
100% 노동자 소유권을 유지하는 방안이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 5% 안팎의 지분율로도
대주주 위치를 가질 수 있죠.
물론 우리나라 재벌 총수 일가가
겨우 1% 안팎의 지분율로
그 많은 기업들을 지배하는 현실은
자본시장 발달과 한참이나 동떨어진
예외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존 루이스 사의 지분 매각 구상 자체도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화이트 회장 스스로도 “종업원 소유권을
굳건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죠.
다만 이번 논란에서
영국의 종업원 소유권이
최근 급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습니다.
존 루이스 사가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영국을 넘어 우리나라와 전 세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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