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소유 참여

110년 가족회사가 노동자 소유로, “혈통보다 정신이 중요”

(협)소통^^ 2022. 5. 26. 12:53

110년 가족회사가 노동자 소유로, “혈통보다 정신이 중요”

 

오늘 소개해드릴 회사는

멀리 웨일스(영국 남서부)에 있는데다,

110년이나 된 역사치고는 규모가 작습니다.

모직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은 불과 42명입니다.

시골의 외딴 숲, 깊은 계곡에 위치한

공장은 작고 하얗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양털실을 뽑으려고

17세기에 설치했다는 물레방아도 남아 있죠^^;

언뜻 보잘것없어 가족회사이지만

마음까지 울리는 회사입니다(멘트에 심쿵^^).

 

1912년 웨일스에서 창립해 2022년 100%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전환한 멜린 트레그윈트 누리집 대문. https://melintregwynt.co.uk/#about

 

멜린 트레그윈트(Melin Tregwynt)

1912년 웨일스에서 설립되었습니다.

1·2차 세계대전, 불경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멜린 사의 방직공들은 품질과 디자인에서

우수한 양모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아, 트레그윈트는 지역 가문의 이름인 듯한데,

멜린 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습니다.

 

지난 4월 멜린 사는 가족회사에서

노동자 소유기업으로 바뀌었습니다.

외부 투자자에게 회사를 팔았다면

소유주는 더 큰 이익을 볼 수 있겠죠.

35년간 기업을 운영하던 부부 소유주는

지금까지 공헌한 종업원들이

회사를 이어주기를 바랐습니다.

 

영국에는 우리나라의 우리사주제와 비슷한

종업원 소유권 신탁(EOT)이 있습니다.

일종의 종업원 지주제로,

미국에는 종업원 주식 소유제

즉 ESOP(이솝)이 있죠.

우리사주제와 달리 EOT나 ESOP은

대부분 노동자가 아니라

회사가 자금을 부담합니다.

지분을 파는 주주들도

큰 세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모두가 이익을 봅니다.

 

참, 기업 인수에는 어떻든 돈이 들어가는데

웨일스 정부와 유럽지역 개발기금이

자금을 지원했습니다.

웨일스 협동조합 센터가 도움을 주었고,

법적 자문을 위해 로펌도 고용했죠.

(부연하자면, 영국에는

노동자 소유 로펌도 계속 나오고 있어요)

 

자신들이 만든 양모 제품을 들고 서 있는 종업원 소유주들, 뭔가 푸근한 느낌이 듭니다^^ 이미지: 멜린 트레그윈트 누리집.

 

EOT 활성화를 위한 영국과 웨일스 정부의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이 있었고,

그만큼 시장과 여건이 형성되었기에

노동자 소유권으로 가기 위한

여러 지원이 가능했습니다(부럽~).

특히 웨일스 정부는 향후 5년간

지역 노동자 소유기업을

두 배로 늘리기로 결정했답니다.

웨일스 지역 협동조합 센터의

대표는 이렇게 말합니다.

 

“종업원 소유권 신탁,

즉 EOT가 일자리뿐만 아니라

기업의 유산을 보호하는 장면을 보는 일은

대단히 멋집니다.

EOT 전환은 번창하는 기업을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에 좋은 방법이에요.”

 

EOT 전환에 법적 자문을 준

로펌 측도 이렇게 밝힙니다.

 

“우리는 멜린 사의 인수 조건 및

EOT 구조와 설립을 조언했습니다.

멜린 사의 EOT 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져서 기쁩니다.

EOT 기업은 최근 2년 동안 급증했는데,

덕분에 비즈니스의 유산과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멜린 사 역시

성공적인 모직물 사업을 지속할 겁니다.”

 

무엇보다 기존 소유주인

그리피스 부부의 말을 들어봐야겠네요.

 

“(노동자들이 소유하게 되었지만)

우리는 혈통이 아니라 정신,

믿음, 전통에서 여전히 가족기업체입니다.

수십 명의 직원이 오랫동안 근무했고,

심지어 3대째 일하는 종업원도 있어요.

새로운 종업원 이사회에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게 되어 자랑스러워요.”

 

1940년대에 공장에서 작업 중인 창업자 부자. 이미지: 멜린 트레그윈트 누리집.

 

 

멜린 사 EOT의 일원이 된 매장 매니저가

종업원 소유주의 입장을 전합니다.

 

“지역에 강한 기반을 일군 멜린 사가

다른 회사에 인수되어 바뀐다면

아주 비극이었을 겁니다.

기존 소유주는 가족기업의 일원으로

우리를 믿고 선택해주었어요.

아주 영광입니다.

회사의 미래가 어떨지 기대됩니다.”

 

우리나라 일부 기업주들은 크든 작든

정신보다 핏줄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 유감입니다.

(심지어 무리수까지 두는ㅡㅡ;)

종업원 소유권에 대한 법적·제도적 지원이

더 풍요로운 가족과

기업가 정신을 낳는다는 사실을

110세 장수회사와 기업주,

종업원 소유주들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

 

※ 러시아군의 즉각적인 철군을 촉구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평화와 안전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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